건축양식발전의 주기성과 이원성 (1963)

정인국

미술의 총체양식 표현양식의 발달을 추구한 부르크할트(부르크하르트)(Burckhardt 1818~1897)를 스승으로 하는 벨프린(뵐플린)(Wölfflin 1864~1945)은 건축양식의 발전양상에서 주기성과 이원성을 예견하였다. 즉 「건축사에서 형식발전의 주기성을 인정하여야 되며, 서구의 어떠한 건축양식도 그 크라식(클래식) 시대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바로크 시대를 가지고 있다. 단지 그것이 완전한 발전을 이루려면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라고 말하여 로고스(logos)적인 것과 페토스(파토스)(pathos)적인 것의 주기성을 인정하였고, 다시 다음으로 모든 예술분야에서 형식의 이원성은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즉 구주(유럽)의 회화, 조각, 건축의 공통된 특색으로써 선(線)적과 회화적, 평면과 심오(깊이감), 다양과 통일, 폐쇄형과 개방형, 명확성과 불명확성으로 명기 예술품은 분석설명하고 또 어떤 미술사가는 서구미술사를 구조적 양식과 반구축적인 것의 리즈미칼(리드미컬)한 순환현상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이원성과 주기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다음 몇 가지 건축사상의 실례를 들어보기로 하자.

인간이 창조한 가장 최초의 아름다운 건축이라고 하면 그리스건축일 것이다. 그리스건축을 시대별로 구분하면 1)개시기(전 10~8세기) 기하학적양식 2) 아르카이크(아르카익)시기(전 8~5세기) 3) 엄격시기(B.C 480~450) 4) 크라식(클래식)시기(B.C 500~320) 5) 헬레니즘시기(B.C 320~30).

헤레니즘(헬레니즘)시기는 크라식(클래식)을 지나 형의 긴밀이 해이하여졌다. 형식과 내용의 구축적인 심정 균형을 ?생하고 더욱 번잡스럽게 되어 풍부한 것 극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페토스(파토스)가 자연 현실의 진실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현실주의가 증대되어 가는데 이러한 표현형식은 크라식(클래식)시대에 질서나 통일을 존중히 하고 조화와 균형을 중히 여기는 기품과 규모적 형식미를 위주로 하는 태도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이렇게 극으로부터 다른 극으로 점차적으로 변화하는 경향은 그 정도의 차는 있어도 어느 양식에서도 볼 수 있으며 초기 로마 후기 로마, 성기 꼬틱(고딕)과 후기 꼬틱(고딕)에도 볼 수 있다.

르넷산스(르네상스)에서 바로고(바로크)로의 점차적 변이 같이 현저한 예는 없다. 이타리아르넷산스(이탈리아 르네상스)는 1420년에서 1580년까지를 보고 바로고(바로크)는 1580년에서 1750년까지로 본다면 시간적으로나 유형상으로는 르넷상스(르네상스)의 연장이고 또 최근에 와서 바로고(바로크)의 가치를 인정하기 이전만 하드라도(하더라도) 르넷상스(르네상스)의 한 말기적 현상이고 타락한 양식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조형감정의 정신면을 검토하여 본다면 이것은 전연 다른 두 개의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즉 르넷상스(르네상스)가 대상을 직시하고 물샐틈없는 논리 밑에서 조형원리를 탐구하고 법칙성을 추구하였다하면 반대로 바로고(바로크)는 대상을 보는 인간의 감정조형성에서 조형원리를 발견하며, 그 정서가 그대로 자유로히(자유로이) 발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고(바로크)의 예술활동은 당시의 과학사상의 발달과 철학적 원리의 심화에 자극되어 르넷상스(르네상스) 같이 고전에 의거한 소박한 예술활동을 지양한 점이 차이점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Hellonic(Hellenic)에서 Hellenistic에로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르넷상스(르네상스)에서 바로고(바로크)로의 양식변화가 생기게 된다.

19세기의 건축을 보면 이때는 20세기건축으로 개화발전하기 직전에 태동기인데 바로고(바로크)나 로꼬고(로코코)의 반동으로 몇 개의 과거양식이 무질서하게 횡행하든(횡행하던) 시기이다. 프랑스에서 1732년 세르반도니가 설계한 성슬피스성당(성 쉴피스 성당, Eglise St. Sulpice)에서 시작해서 암피르(앙피르, Empire) 양식까지 이르는 동안의 일련의 작품들은 순수한 조형미의 이상을 고전에 둔 데 반하여 죤·라스킨(존 러스킨)이 근대건축을 육성한 영국에서는 소칭(이른 바) 「회화적」 양식이 중세의 정신적 희열을 찬양하는 낭만으로 흘러 중세부흥을 일삼고 더 나아가서는 짧은 기간이나마 어쩔 수 없는 양식상 혼란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따져보면 같은 한 유형의 양식 안에서도 두 개의 대립되는 조형감정이 작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두 면은 이성과 감성, 고전과 낭만, 논리와 부조리, 용체(容體)와 주체성, 외형적 형식과 내면적 형식 등으로 확연한 이원성을 표시함을 알 수 있다.

일방(한편) 총체의 미술사로써 볼 때는 이 두 극을 진폭으로 하는 주기성을 엿볼 수 있다. 그 주기의 장단은 물론 차이가 있고 표현양식도 판이하기는 하나 역시 두 개의 정신적 내용을 기반으로 상승순환운동을 계속한다고 볼 수 있다.

ⓒ 정인국, <건축양식발전의 주기성과 이원성> 스케치 다이어그램
  • 고전 ㅡ 그리스, 로마 (B.C 500~A.D 300, 800년)
  • 과도 ㅡ 초기 기독, 비잔틴, 로마네스크 (A.D 300~12세기, 800년)
  • 중세 ㅡ 고틱(고딕) 건축 (12세기~16세기, 400년)
  • 부흥 ㅡ 르넷상스(르네상스) (16세기~17세기, 150년)
  • 반동 ㅡ 바로코(바로크), 로고고(로코코) (17세기~18세기, 150년)
  • 과도 ㅡ 신고전, 신낭만, 절충 (19세기, 100년)
  • 근대 ㅡ 국제건축양식 (20세기 전반, 50년)
  • 현대 ㅡ 반국제적 경향 (20세기 후반, ㅡ)

양식의 역사적 고찰을 시도하는 목적은 장래의 건축 발전의 지표를 찾는데 있다. 위의 도표를 검토하면 대체로 현대건축의 진로가 명백하여진다. 즉 새로운 바로고(바로크)시대, 소칭(이른 바) 「Neo-Baroco」 ㅡ 벌써 미국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나 ㅡ 가 대두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 소고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소칭(이른 바) 구축적 양식보다는 장식적 양식이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2. 로고스적인 것보다 페토스(파토스)적인 것이 전자를 압도하게 된다.
  3. 주관적 기능주의에서 객관적 기능주의에로 점차적 수정이 가해진다.
  4. 민족성, 전통, 지방적 특성, 개성이 더욱 더 강조된다.
  5. Classicism보다 Romanticism이 더 성행하게 된다.
  6. 더욱 극적으로 더욱 감정적으로 된다.
  7. 논리보다 부조리, 정적인데서 동적인데로, 고전적 안정에서 불안정으로 미적 정서의 변이를 초래하게 된다.

이상을 증명하기 위한 건축 스라이드(슬라이드) 35매 영사(완)


  • 출처 : 「건축양식발전의 주기성과 이원성」, 정인국, 건축(대한건축학회지), v.7 n.2(1963-06) via AURiC
  • 1963년 논문으로 본문 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자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음역(2020.11.27.)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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