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으로 조국 재건에 기여 : 귀국 중인 이구 씨 회견기

이씨 왕조의 후손인 이구 씨는 지난 11월 22일, 근무 중인 미국 뉴욕 소재 I.M.페이 씨 설계사무소의 휴가를 얻어 부친을 따라 그리운 조국, 한국에 다시 왔다.

지난 12월 4일 오전, 우리 건축학회의 유OO 이사와 기자는 현재 창덕궁 안 낙선제에 머무르고 있는 이구 씨를 찾아 약 40분 동안 건축가로서의 이구 씨와 아래와 같은 일문일답을 하였다.


문1. 한국에 돌아온 감상은?

답. 감개무량하다. 많은 환대를 해주어서 반갑고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은 한국식 집의 지붕의 선이 우아하게 보였으며 조용한 농촌의 풍경도 아름답게 보였다.

문2. 조국의 재건사업, 특히 건축계의 재건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답. 전쟁(6.25 동란을 말함)으로 많은 파괴를 입어 의식주에 심한 곤란을 받게 되었을 것이며, 특히 주택사정에는 더욱 곤란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주택개량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온돌은 경제적이고 살기 좋다고 느꼈으나, 개량할 점은 창호가 틈이 많아서 겨울 같은 때 열이 밖으로 많이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도록 했으면 좋겠고 천정도 종이로 되어 있으나 짚 같은 것을 이용하여 보온재를 사용하면 열의 방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창호도 될 수 있으면 이중창이 더 좋을 것이며 거실이 직접 외부에 면하지 않고 전면에 복도 같은 것이 있으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서울을 돌아보고 느낀 것은 도시 건축에 있어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건축을 설계·시공했으면 좋을 듯하고 필요 없는 장식의 건축비를 절약했으면 한다. 그리고 도시계획에 맞게 도시 건설을 했으면 또 시가지 중앙에는 기념탑 같은 것도 그 위치라던지 「데자인(디자인)」 및 도시 미관을 잘 고려하여 설치하는 것이 좋을 것이나, 기념탑을 너무 중요시하는 감을 느꼈다.

앞으로 미국 같은 데서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도시를 정돈해야 할 터인데 서울에서도 도시의 「바란스(밸런스)」가 맞고 입체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3. 미국에서 건축가를 전공하신 동기는?

답. 나의 취미에 맞기 때문이다.

문4. 앞으로 한국의 건축계에 투신하겠는가?

앞으로 정치적 방면보다는 나 개인의 취미에 맞는 한국의 건축 방면에 될 수 있는대로 공헌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필요하다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생각했던 것보다 젊어 보이는 당년 32세의 이구 씨는 이어 “한국건축은 앞으로 연구할 분야가 많을 것인데 예를 들면 미국 같은 곳에서도 학교와 도서관 등에 종합적인 연구를 하여 이를 무료로 발표하는 종합연구기관인 교육시설연구소(Education Facilities Laboratory)가 있는데 한국에서도 학교, 도서관 건축에 시설규격(책상, 걸상 등), 즉 모듈(Module)을 한국인에 맞도록 작성하여 이에 대한 규준설계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한국인은 한국인에 맞는 건축 분야를 연구발전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노ㅡ블한 체모(體貌)이나 언행은 평민적인 이구 씨는 이어 “한국 건축계에 있어서 벽체도 콘크리트, 블록 등의 ‘조적법도 좋으나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하여 규격품, 패널 등을 만들어 틸트업 공법으로 시공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자동화 방향도 연구함이 좋을 것이며 콘크리트 분야에 있어서도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 등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건축가다운 일면을 보이기도 잊지 않았다.

끝으로 왕손인 이구 씨는 “한국의 고건축인 궁전(창덕궁)의 건축도면이 소실되어 없음을 무척 섭섭해하며 앞으로 예산이 확보되어 이 도면을 재작성, 완성시키는 것을 희망하며 각 방면의 인재가 모여 있는 건축학회가 주동이 되어 이 사업을 완성시켜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한편, 앞으로 시범주택, 시험 등 이 나라 건축계의 행사는 빠짐없이 보고싶고 또한 건축계 인사들의 모임에도 초청만 해주면 참석하겠다고 하며 이 나라 건축계에 공헌할 것을 열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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