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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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 거리란 관람자의 의식적인 현실과 예술 작품에 제시된 허구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의미한다. 독자가 책의 환상적인 서사 세계에 완전히 몰두하게 될 때(이를 ‘몰입 상태’라고도 한다), 작가는 미적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만약 작가가 독자를 이야기의 현실에서 갑자기 벗어나게 하여, 독자 자신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면, 이 작가는 “미적 거리를 깨뜨렸다”고 말할 수 있다.


개관

이 개념은 임마누엘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서 비롯되었는데, 거기서 그는 주체가 대상 자체에 대한 욕망을 가질 필요가 없는 ‘무관심적 쾌’의 개념을 확립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아름다운 예술에서의 쾌는 순수한 취미 판단에서 즉각적인 관심을 수반하지 않는다. […] 즉각적인 관심의 대상은 그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그 대상을 아름다움의 동반자로 삼게 만드는 고유한 성격, 따라서 이는 아름다움의 본질에 속하는 성격이다.”

“미적 거리”라는 용어 자체는 1912년에 출판된 에드워드 벌로우(1880-1934)의 논문에서 유래했다. 그 논문에서, 그는 바다에서 안개를 관찰하는 배 위의 승객의 이미지로 시작한다. 만약 승객이 안개를 배에 대한 위험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그 경험은 미적인 것이 아니지만, 이 아름다운 장면을 초연한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는 것은 정당한 미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느껴야 하지만, 너무 많이 느껴서는 안 된다. 벌로우는 “거리는… 대상과 그것의 매력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분리하고, 그것을 실용적인 필요와 목적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얻어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그 대상을 ‘관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라고 썼다.

영화, 소설, 드라마, 시의 작가들은 다양한 수준의 미적 거리를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윌리엄 포크너(1897-1962)는 1인칭 서사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가까운 미적 거리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3인칭 서사를 사용하여 독자와 더 먼 미적 거리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미적 거리 침해

관객을 허구 작품의 현실에서 끌어내는 모든 것은 미적 거리의 침해라고 한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쉬운 예는 등장인물이 이야기의 진행을 멈추고 직접 관객에게 말하는, “제4의 벽을 깨는 것”이다. 연극에서 미적 거리가 의도적으로 침해될 때, 그것을 소격 효과 또는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가 만든 개념인 ‘베르프렘둥스에펙트(거리두기, 낯설게하기)’라고 한다.

미적 거리를 깨는 많은 예는 메타픽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윌리엄 골드먼(1931-2018)은 소설 『프린세스 브라이드』에서 반복적으로 자신의 동화를 중단하고 직접 독자에게 말을 건다. 뮤지컬 『Stop the World I Want to Get Off』에서 주인공 ‘리틀챕’은 주기적으로 극의 진행을 멈추고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다.

영화에서, 미적 거리는 종종 의도치 않게 깨지기도 한다. 예로는 감독의 카메오 출연, 조악한 특수 효과, 혹은 노골적인 제품 배치 등이 될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관객을 영화의 현실에서 끌어내기에 충분할 수 있다. 데이비드 매밋(1947-)은 그의 저서 『영화 연출에 대하여』에서 영화 속 노골적인 성행위나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미적 거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관객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이 방금 본 것이 실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 들기 때문에, 그로 인해 이야기 속에서 이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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