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현상학


건축 현상학은 건축학 분야에서 현상학의 철학적 통찰을 이해하고 구현하려는 담론적이며 현실적인 시도이다. 건축의 현상학은 현상학의 방법을 활용하여 건축을 철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시먼(1948-)은 이를 “건조 환경과 인간 삶의 품질과 특징에 의해 구성되는 건축적 경험, 상황, 의미를 기술적이고 해석적인 설명”으로 정의한다.

건축 현상학은 전후 모더니즘의 반(反)역사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혼성모방과는 대조적으로 인간의 경험, 배경, 의도, 역사적 성찰, 해석, 그리고 시적 및 윤리적 고려를 강조한다. 현상학 자체와 마찬가지로, 건축 현상학은 특정한 미학이나 운동이라기보다 사고하고 창조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지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건축계에서 현상학에 대한 관심은 195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 널리 확산되었고,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적 전개

기원

에드문트 후설(1859-1938)은 20세기 초,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접근 방식으로 현상학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상학의 출현은 모더니즘으로 불리는 광범위한 변화의 시기에 일어났다. 이 시기에 서구 사회는 급속한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동시에, 건축의 이론과 실무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면서 현대 건축이 등장했다. 전통의 거부로 특징지어지는 모더니즘의 광범위한 맥락 속에서 현상학과 현대 건축 모두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현상학은 인간이 사물과 공간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반면, 현대 건축은 당시의 모더니즘 정신에 맞춰 인간 경험의 장소를 어떻게 창조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졌다.

현상학적 틀 안에 건축을 껴맞추기 위한 초기 접근은 1940년대에 시작되었다.

후설의 본질 환원(eidetic reduction) 방법은 마음이 – 건축의 경우 색상과 모양 – 날것의 일시적인 감각 데이터를 “본질”, 즉 시간을 초월한 건축적 형식으로 추상화할 수 있도록 한다. 과거 경험, 현재 감각, 그리고 예감의 이러한 매끄러운 종합에 대한 제안은 합리화하거나 과학으로 전락하지 않고 옳고 그름에 대한 절대적인 판단을 제공함으로써 낭만주의 건축 학파에 매우 잘 어울렸다.

초기 건축 연구 (1950-1960년대)

건축가들은 1950년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장 라바투트(1899-1986)의 영향 아래 처음으로 현상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 건축가 찰스 W. 무어(1925-1993)는 라바투트의 지도 아래 박사 과정을 밟는 동안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의 영향을 크게 받아 건축에 대한 최초의 현상학적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연구는 1958년 『물과 건축』으로 출판되었다. 유럽에서는 밀라노 출신 건축가 에르네스토 나단 로저스(1909-1969)가 1950년대와 1960년대 초 이탈리아 디자인 잡지 《카사벨라 콘티뉴이타》의 영향력 있는 편집 활동을 통해 건축 현상학을 발전시켰다. 그는 철학자 엔초 파치(1911-1976)와 협력했으며, 비토리오 그레고티(1927-2020)와 알도 로시(1931-1997)를 포함한 젊은 건축가 세대에 영향을 미쳤다.

환경-행동 연구 (1970-1980년대)

환경-행동 연구(EBS)라는 학제 간 분야가 1970년대에 미국, 캐나다, 영국의 여러 건축 프로그램에 도입되었다. “건축 심리학”, “행동 지리학”, “환경 심리학” 또는 “디자인에서의 휴먼 팩터”라고도 불리는 이 학문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1936-2022), 케빈 린치(1918-1984), 오스카 뉴먼(1935-2004)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EBS 연구가 실증주의적이었지만, 그 이면에 있는 사상은 현상학적 성향을 가진 “인본주의 지리학자들”(에드워드 렐프, 이-푸 투안)에게 영향을 미쳤다.

에식스 스쿨 (1970-1980년대)

1970년대, 달리보르 베셀리(1934-2015)와 조셉 리쿼트(1926-2024)의 지도 아래 에식스 대학교의 비교연구 학부는 데이비드 레더바로우(1953-), 알베르토 페레즈-고메즈(1949-), 다니엘 리베스킨트(1946-) 등 건축 현상학자 세대를 길러내는 온상이었다. 1980년대에 베셀리와 그의 동료 피터 칼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연구와 교육을 통해 건축 현상학을 계속 발전시켰다. 건축 현상학이 학계에 자리를 잡으면서, 교수들은 가스통 바슐라르와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를 넘어 에드문트 후설, 모리스 메를로-퐁티(1908-1961), 한스-게오르크 가다머(1900-2002), 한나 아렌트(1906-1975), 그리고 질 들뢰즈(1925-1995), 앙리 베르그송(1859-1941), 폴 비릴리오(1932-2018), 찰스 테일러(1931-), 휴버트 드라이퍼스(1929-2017), 에드워드 S. 케이시(1939-) 등 현상학적 사고방식에 가까운 이론가들을 포함하여 이론 세미나를 통해 그 고려 사항을 넓혀나갔다. 조지 베어드(1939-2023)는 에식스 학파를 “현재 건축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최근의 현상학적 방식”이라고 불렀고, 건축 현상학이 리쿼트, 무어, 라바투트가 옹호했던 메를로-퐁티 대신 하이데거에 역사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을 베셀리의 영향으로 돌렸다. 1980년대에 케네스 프램튼(1930-)은 건축 현상학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979년, 노르웨이의 건축가, 이론가, 역사가인 크리스티안 노르베르그-슐츠의 저서 『장소의 혼: 건축의 현상학을 향하여』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설계로 어떻게 변환될 수 있는지를 쉽게 설명하면서 1980년대에 이 주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중요한 레퍼런스가 되었다. 이 책은 마르틴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존재론에 뚜렷한 영향을 받았다. 노르베르그-슐츠는 오슬로 건축학교에서 그의 후임자인 토마스 티스-에벤센(1946-)을 포함하여 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현대 건축 현상학 (2010-현재)

최근 건축 현상학에 대한 학술 활동은 현대 현상학과 심리철학을 연구하는 갤러거와 자하비의 연구에 의지하고 있다. 일부 사례로는 건축 잡지 《로그》의 2018년 “방향감각상실의 현상학” 특집호, 호르헤 오테로-파일로스(1971-)의 『건축의 역사적 전환』(2010), 사라 아메드(1969-)의 『퀴어 현상학』(2006), 딜런 트리그의 『The Thing: 공포의 현상학』(2014), 알렉산더 웨헬리예의 『하베아스 비스쿠스』(2014), 조셉 베드퍼드의 학위 논문 「창의성의 그림자: 달리보르 베슬리, 현상학 및 건축 교육 1968-1989」 등이 있다. 가상 현실이 건축적 경험으로 확장됨에 따라 현상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겨났다. 헤더 르네 바커의 『사악한 전략과 세계 구축, 포스트-버추얼 아키텍처 디자인하기』(2019)는 이러한 맥락에서 현상학적 방법과 생활 세계를 다룬다. 현대 학계에서는 하이데거의 영향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현상학은 1980년 이후 건축 이론에서 점차 “최첨단” 이론들에 의해 대체되어 왔으나, 여전히 알바 알토(1898-1976), 안도 타다오(1941-), 스티븐 홀(1947-), 루이스 칸(1901-1974), 알도 반 아이크(1918-1999), 페터 춤토어(1943-) 등의 작품과 연관되어 있다.


테마

거주하기

사회 속 존재와 사회적 세계 내 거주에 대한 현상학적 관점이 주목받으면서, 도시 및 사회적 경험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었고 알프레드 슈츠(1899-1959) 같은 사회 철학자들의 사상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하이데거의 에세이, 「짓기, 거주하기, 사유하기」(원래 1954년에 「바우엔, 보우넨, 덴켄」으로 출판됨)에서 설명된 것처럼, 거주라는 현상은 건축 현상학에서 중요한 테마가 되었다. 하이데거는 거주를 “사방(四方)의 아울러 모임”, 즉 “대지의 보존, 하늘의 수용, 필멸자를 죽음으로 인도함, 그리고 신성(divinities)의 기다림/기억”이라는 현상에 의해 수반되는 존재의 영역과 관련짓는다. 그에게 기술의 본질이 그 자체로 기술적인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거주의 본질은 그 자체로 건축적인 것은 아니다.

환경적 체현

환경적 체현이란, 생활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한 사람(“경험된 신체”)이 지각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람은 “강철의 탄성을 본다”거나 “마차의 딸그락거리는 소리에서 자갈돌의 단단함과 울퉁불퉁함을 듣는다”).  유하니 팔라스마(1936-)에 따르면, 21세기 건축물은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것에 너무 치중하며, 더 많은 “다면적 가치를 지닌 감각성”이 필요하다. 토마스 티스-에벤센은 바닥, 벽, 지붕에 의해 확립되는 실내와 실외의 관계를 움직임, 무게, 물질에 대한 “실존적 표현”을 통해 강조할 것을 제안한다. “움직임”은 역동성, 시각적 관성 (요소가 팽창하는 것처럼 보이는가? 안정적으로 보이는가?)에 대한 지각에 상응하며, “무게”는 요소가 무거워 (또는 가벼워) 보이는 것에 상응한다. “물질”은 재료의 겉모습(표면이 닿았을 때 차갑게 느껴질지, 부드럽게 느껴질지)과 같은 인상이다.

‘신체 루틴’은 특정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련의 몸짓, 행동, 동작을 의미한다. 현상학자들은 적절한 건축적 설계를 통해 사무실 라운지나 쇼핑몰에서 사람들이 대인 교류가 일어날 때, 여러 사람의 신체 루틴을 하나로 융합된 “장소 발레”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공간구문(스페이스-신택스)론은 보행로(예: 복도나 인도)의 특정한 공간 배열이 사람들 간의 만남을 유도하거나, 반대로 고립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언명한다.

신체와 장소는 상호 의존적이다(그것들은 서로 “생명/활력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이는 하워드 데이비스(1948-)가 제안한 숍/하우스 개념에서 볼 수 있는데, 이 건물 유형은 다양한 역사 형식으로 거주 공간과 업무 공간을 모두 포함한다.


주목할 만한 건축가

건축 현상학과 관련된 주목할 만한 건축가 및 건축학자는 다음과 같다:

  • 조지 베어드
  • 나데르 엘-비즈리
  • 케네스 프램튼
  • 마르코 프라스카리
  • 비토리오 그레고티
  • 스티븐 홀
  • 데이빗 레더배로우
  • 다니엘 리베스킨드
  • 찰스 W. 무어
  • 크리스티안 노르베르그-슐츠
  • 모센 모스타파비
  • 유하니 팔라스마
  • 알베르토 페레즈-고메즈
  • 스텐 아일레르 라스무센
  • 에르네스토 나단 로제르
  • 조셉 리쿼트
  • 달리보 베슬리
  • 페터 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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