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이중용 건축편집자
인터뷰이. 김인철 (주)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 대표, 전 부산시/세종시 초대 총괄건축가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 논란이 시작된 지 48일째 되는 2018년 12월 17일의 오후 2시, 서울 답십리역 인근 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에서 건축가 김인철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와이드AR》 독자들에게 그간의 대략적인 상황을 전달하고 생각해 볼 문제들을 짚어보기 위해 준비된 것이다.
이중용 : 줄거리는 제가 설명을 드리겠다. 2018년 1월 25일, 행안부와 과기정통부의 세종시 이전 법적 효력이 발생했다. 거기서 생긴 이슈가 ‘당장 이전 어렵다’, ‘공간 부족’, 그래서 ‘2021년 말까지 신청사 신축’, 그러기 위해 ‘땅부터 찾아야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3월 초 「추가이전기관 신청사 기본구상」 연구용역 발주가 나간다.
김인철 : 연구용역은 누가 했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서 했다. 연구용역 내용이 세 가지인데, 하나는 신청사 건립 입지 검토, 두 번째가 건물 배치계획 수립 및 기본적인 건축물 구상안 도출, 세 번째가 구상안 바탕으로 설계 가이드라인 작성하는 거다. 53,636,000원에 5개월 짜리 용역이다. 설계공모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내용을 다룬 것 같은데, 혹시 이 내용을 알고 있었나?
전혀 몰랐다.
연구용역은 8월 29일에 끝난 걸로 되어 있고 저도 내용은 확인하지 못 했다. 그리고 4월 11일, 선생님께서 세종시 초대 총괄건축가로 취임한다. 이틀 후인 4월 13일, 지역 언론을 통해 ‘정부세종 신청사 입지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연구용역이 끝나는 8월보다 먼저 입지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이야기했다. 신청사 건물이 저층형이 될 건지 고층형이 될 건지도 관심사라는 이야기도 여기서 이미 흘러나왔다. 4월 26일, 신청사 제1차 입지선정위원회가 개최됐다. ‘총괄기획가를 위원장으로, 행복청, 국무조정실, 행안부, 관련 기관 공무원 및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 등 7명으로 구성됐다’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총괄기획가가 총괄건축가인가?
그때는 황희연 교수가 위원장이었다.
입지선정위원회가 5월까지 총 3회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는 두 번 참석했다.
5월 말, 입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리고 이때 신청사 건설 비용 추정치가 3800억으로 알려졌는데, 3월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진 1950억의 두 배 정도다. 6월 19일, 정부브리핑으로 입지 확정을 알렸다. 총 사업비는 3825억이고, 설계공모 이야기도 나왔다. 건축 하는 입장에서 흥미로웠던 건 행정 분야의 워딩에서 ‘차질 없는’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해보였다는 거다. 그쪽에서는 ‘차질’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선생님 덕분에 차질이 생긴 거다.
그렇게 됐다.
입지가 청사지구 한 가운데로 정해지자 《한겨레》에서 6월 22일자로 입지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며 행안부가 알박기하는 거냐는 식의 기사를 냈다. 그러면서 행안부도 입주 기관을 나중 준공 시점에 관련 기관 협의를 통해 다시 정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논란을 넘겼다. 6월 28일, 드디어 신청사 국제설계공모가 나온다. 건축계 내부에서 논란이 된 것 중 하나가 당시 설계지침 내용이 8페이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침 내용을 내가 뺐다. 두꺼운 분량의 내용을 가져왔는데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잔뜩 넣어놔서 다 빼라고 했다. 대신에 행안부에서 원하는 게 뭔지를 자세하게 밝히라고 했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나도 좀 설명하자면, 우선 내가 4월 초에 총괄건축가로 위촉 받고 당시 바로 발주해야 하는 다른 시설들 설계공모와 심사가 바쁘게 진행됐다. 행안부가 내려오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첫 번째 일 끝날 무렵 들었다. 입지를 청사단지 가운데로 원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담당국장과 청사지구를 둘러보고 역시 가운데는 건물이 들어가면 안 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얼마 후 입지선정위원회가 있었다. 그때 행안부 쪽에서 지금 정부청사 건물이 굉장히 불편하고 녹지로 지붕 연결했는데 보안 때문에 일반인 통제하느라 의미도 희석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행안부 청사를 짓는 건지, 아니면 그거까지 포함해서 전체 부서 공간을 다시 어레인지 할 건지 물었다. 어레인지 할 거라고 얘기해서 내가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을 했던 게, 자유곡선형 공공 청사는 아마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것인데, 구불구불한 단선의 기존 청사를 복선으로 만드는 방식 등 건축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가운데 입지는 포기를 못 한다고 했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안 돼서, 그러면 기존 청사 주변으로 비어 있는 공공 용지들이 있으니 설계공모 시 이것들까지 포함해서 전체를 대상으로 제안을 받자고 했다.
설계공모 지침에 표시된,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땅들이 그것인가?
그렇다. 그러면 가운데 부분을 최소화시키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봤는데, 나중에 보니 그런 제안은 한 팀도 없었다. 이미 행안부가 가운데 땅을 짚었다, 랜드마크를 짓겠다, 그렇게 알려졌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설계공모 지침서 나간 거 보니까 가운데를 중심으로 제안을 만드는 식으로 문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청사 가운데 말고 주변 토지를 활용하는 안은 이전의 연구용역에서 나온 게 아닌 건가?
아니다. 내가 한 이야기였다. 그런 연구용역이 나갔다는 말도 듣지 못 했다.
10월 31일, 정책브리핑으로 신청사 설계공모 당선작 선정을 알렸다. 상징성, 인지성, 구심적 역할 고려해서 14층으로 계획했고 기존 청사와 유사한 입면계획을 적용하여 조화로움을 추구했다, 그리고 역시 ‘차질 없이’ 건립을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그날 저녁 8시 32분 《중앙일보》 인터넷 판으로 「”세종시 신청사 공모전, 애초 짜고친 심사였다” 심사위원장 폭로」 기사가 떴다. 다음 날 아침 행복청에서 반론보도를 냈다. 지침 준수했고, 심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고,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한 사항은 없었다는 거다. 이게 지금까지 계속되는 관련 부처 입장이다. 거기에 워딩이 하나 더 추가됐던데, ‘김인철 위원은 2차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심사위원장으로서는 결과를 인정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후에 김준성 위원과 함께 퇴장했다’는 거다. 심사위원장으로서는 결과를 인정했던 건가?
아니다. 나는 심사위원장으로서 이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흥분한 상태에서 나도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나는 하여튼 이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 나는 안 한다, 그러고 나왔던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만약 김준성 위원이 같이 안 나왔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왜 그런가?
김인철 혼자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나간 게 돼버리는 거니까.
11월 1일 오전 정책브리핑으로 반론보도 나오고,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대충 줄거리가 이렇다’고 올렸다. 거기 보면 일곱 명 심사위원들이 PT 과정에서 물었던 사항들을 적어놓았다. 건축가 두 명과 공무원/기술사 세 명은 명확히 표가 갈리는데 교수 두 명의 입장이 묘하다. PT에서는 기존 청사와의 맥락을 따지거나 마스터플랜과의 관련성을 묻고 표는 타워형에 몰아줬다는 게, 꽤 아이러니한 상황 같다.
나도 그럴 줄 몰랐다. 저분들이 최소한 건축에 대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구나 했었는데.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하위 행정규칙인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시행 2017.9.1) 법령을 보면 13조 심사위원회 개최 항목과 14조 심사위원회 발표 및 공개 항목이 있는데 심사내용을 녹화 또는 녹음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필요하면 공개할 수도 있고.
그때 상황은 녹음을 다 했다.
10월 31일 이후 다양한 논란이 있었고, 대체적으로 세 갈래 정도 반응이 있었다. 하나는 저층이냐 고층이냐, 디자인이냐 기능이냐 같은 눈에 보이는 정도에서의 논란이었다. 또 하나는 설계공모의 시스템과 공정성 문제였고 주로 건축계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다른 하나는 행정 쪽에서 거론됐는데 세종시 청사 공간이 부족한 포화상태고 셋방살이 하고 있다, 절차에 문제 없고 일정 정해져 있으니까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11월 6일,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 선생님이 논란에 대해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모전 과정과 심사 결과 뿐 아니라 공모전 방식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덕흠 국회의원도 문제 제기에 동조하는 기사가 나왔고, 이번 신청사 공모 심사위원 전원이 관련 기관 추천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11월 16일에는 건축4단체 성명이 발표됐다. 하지만 오히려 발표와 함께 SNS의 건축인들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어차피 안 변할 거라는 식의 분위기였다. 일주일 정도 고요하게 지나가다가 (김인철) 선생님께서 다시 한 번 SNS에 글을 올렸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거 아니냐, 결국 또 난 혼자냐는 내용이었다. 다음 날인 11월 24일에 중앙선데이에서 설계공모 문제 제기하는 기사 몇 건을 한 번에 올려서 이슈가 좀 더 힘을 받는 모양새였다. 대부분 몰랐겠지만, 11월 27일에 세종시 신청사 교통영향분석 입찰이 있었다. 건축계 논란과 별개로 행정 쪽에서는 일이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 같다. 11월 30일에 제가 이 인터뷰를 위한 사전미팅 형식으로 선생님을 찾아뵜다. 그때 젊은 건축가들이 촛불이라도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선생님께 들었다. 마침 기온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회적으로도 철거민, 택시기사, 비정규직 청년 등 여러 분들이 돌아가셔서 분위기가 좀 어두웠다. 조성룡, 조남호 소장님 등 건축계에서 명망 있는 분들도 현상설계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건축가는 설계공모에서 너무 무력하다는 인상도 강해졌다. 다행히 12월 11일자 뉴스로 국건위에서 권고한 내용을 행안부와 행복청에서 수용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났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당선작 수정하고 제도 개선하겠다’ 했는데, 제도 개선 부분이 어디를 어디까지 손 보는 건지 혹 알고 있는가?
국건위에서는 발주처 심사위원 30%까지 허용하는 부분을 폐지하는 쪽으로 권고한 걸로 안다.
그러면 「건축 설계공모 지침」 법령 자체를 수정하는 걸 말하는 건가? 진행되고 있는 건가?
그렇다.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행복청 청장도 바꼈다.
여기까지가 선생님이 문제 제기하고 약 40일 만에 만들어진 결과다.
우리 시스템이 비뚜루 돼 있는 게 많다. 설계공모 시 외국인 건축가가 한국 설계사무소와 조인해서 들어오도록 돼 있는 걸 그렇게 하지 말라고도 했다. 당선 되면 그때 조인해도 늦지 않으니까. 그건 담당자들이 이해를 해서 그렇게 했다.
실제로 설계공모에 외국건축가 10팀이 등록했다.
그렇다. 그 다음에, 규정에 보면 한국 건축가는 건축사사무소 등록을 필한 자여야만 한다는 게 있다. 그걸 건축사 자격 소지한 자로 바꾸라고 했다. 공모를 하는 이유가 널리 좋은 안을 많이 받자는 취지인데 사무소 등록을 필한 자로 한정시켜버리면 항상 하던 사람들만 할 수밖에 없다. 그랬더니 공무원들이 국가계약법 상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이건 아이디어 공모니까 일단 아이디어가 좋은 걸 선택을 하고 실시설계나 다른 계약과정은 별도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건축사 자격이라는 게 국가에서 설계할 자격 있다고 인정한 건데 사무소 등록을 안 했다고 안을 내지 말라는 건 어폐가 있는 거다. 그걸 고치라고 했더니 왜 고쳐야 되냐고 그러더라.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교수가 건축사사무소 겸직하는 걸 금지한다. 그러니까 건축사사무소 등록을 필한 자라는 규정만 빼면 건축사 자격 가진 많은 건축과 교수들이 설계공모에 응모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건축사 자격 가지고 월급 받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소위 말하는 신인이 등요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말이 맞다.
그렇게 설명하면서 바꾸라고 했는데 그쪽에서는 오만 걸 다 검토했지만 안 된다는 거다. 그 사이에 설계공모 진행할 시간은 없다고 하고, 나는 바꾸라고 하고 그쪽에서는 못 하겠다고 하다가 그대로 공모가 나갔다. 공모를 내고 난 다음에 국장이 나에게 그러더라. ‘요새 건축사사무소는 그냥 신고만 하면 되더군요.’ 공모 내기 전에 설명할 때는 절대 안 된다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알더라. 그 다음에, 심사 때 공무원과 비전문가 넣으면 안 된다고 계속 얘기했다. 관행이 그렇고 규정이 어쩌고 그러길래 UIA 설계경기 규정 보라고 했다. 그때는 그냥 넘기더니 나중에 국장이 그러는 거다. ‘UIA 규정은 전부 건축가들이 하던데요.’ 그랬는데 1차 심사 끝나고 2차 심사에 갔더니 국장이 바꼈더라. 그 국장이 또 딴 데로 가버린 거다. 제발 그 순환보직제 좀 없애라고 하고는 있는데…
없앨 수 있나?
없앨 수 있다. 다른 거 다 관두고 건축이라는 게 건물주하고 건축가하고 시공자가 함께 잘 해야 하는데 건축주가 의지가 없으면 되겠나. 담당 공무원이 건축주 역할을 하는 건데 만약 이 사람이 소명의식이 없으면 책임감도 없고, 자기 있는 동안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거다. 주택을 하나 지으려고 해도 1년이 걸리는데 5년, 10년 걸리는 청사 짓는 담당을 계속 바꿔버리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다.
이런 이야기들을 오래 해오지 않았나?
YS 때부터 했다. 좀 더 좋은 건축을 해보자는 건데 어떤 사람들은 이걸 밥그릇싸움이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올해 말까지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 논란이 이어져 왔다. 내년에도 이야기가 계속 될까?
해야지. 해야 되는데…
우리 건축계는 기본적으로 열패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안돼, 하는.
그렇긴 하다. 그래봤자 되겠어 하는, 좀 니힐하다 그럴까 시니컬하다 그럴까, 우리나라에서 지적인 풍모가 있다는 사람들은 현실에 대해 대개 시니컬하다. 이번 일 겪으면서 정말 참담한 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당선작 뽑은 사람들 왜 한 마디도 변명 안 하냐는 거다. 이번에 행안부가 국건위 권고 수용하겠다고 하는 순간 그 사람들은 틀린 안을 뽑은 게 된 거다. 그런데 왜 자신들이 뽑은 안이 이러이러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심사위원 자격으로 해명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왜 학계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하냐는 거다. 이렇게 시끄럽게 됐는데 왜 학자들은 아무 말도 안 하나. 세 번째, 원로들도 거의 반응이 없다는 거다. 교수와 원로 통 털어서 개인적인 반응이라도 보내온 분은 딱 세 분이다. 그러니까 문제 제기를 하고, 건축 단체에서 성명을 냈으면 그 다음에 학회 같은 데서 점잖게 한 마디 해주고 그래야 사회적 반향이 좀 더 생길 텐데, 이렇게 조용하면 내가 괜한 짓 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
그래도 변화는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뭔가를 하나 바꿔놓고 돌아온 것처럼 변하지 않았나. (웃음)
(웃음) 더, 더, 더 많이 변할 수 있는데 아쉽다. 어느 기자가 말 하더라. 선생님 덕에 이제 공공기관에서 발주를 해도 한 번은 더 생각을 하지 않겠느냐고.
그럴 것 같다.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교육이 문제다. 공무원을 하든 설계를 하든 건설회사를 가든 건축에 대한 생각은 공통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건데,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일로 느낀 것 중 하나도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구나 하는 거다. 그리고 꼭 대학을 나와야 하는 건 아니지만, YS 때 제도개선 요구할 때 건축사협회 회원 중에 대졸자가 16%였다. 그런데 지금은 25% 정도다. 감리를 분리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그때는 정말 이게 우리 건축계인가 싶더라. 그러니까 YS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벌써 30년 다 돼가는데도 말이다. 총괄건축가로 세종시 내려 갔을 때 공모 지침 내겠다고 잔뜩 가져온 내용을 보니까 30년 전에 보던 거랑 똑 같은 거다.
안 변해도 지장이 없거나 뭐라고 하지 않는 구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모임에 가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그랬더니 후배들이 ‘그러면 우리는 미래가 없나요’ 그러더라. 그래도 나는 낙관론자다. 우리 직업 자체가 그렇기도 하고, 뭔가 바뀔 것 같은 기미가 이제는 보인다. 그 전에는 떠들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요즘은 정부에서 예산 책정하는 담당자가 찾아와서 왜 우리 공공건축에는 좋은 게 안 나오냐고 물어올 정도다. 어딘가에서부터 좋은 건축에 대한 요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당대에는 어렵더라도 (웃음) 후대에는 뭐가 좀 달라지지 않겠나. 따지고보면 이 모든 게 압축성장 과정에서 빼먹은 것들을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 일이다.
그때 제대로 안 만들었거나 빼먹은 것들이 유령처럼 다시 돌아와서 끌어내리는?
그렇다. 바람 새고 비 새고, 그러다 무너지고 그러는 거다.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 논란을 중심으로 주변 정보들을 살펴보면, 공무원들에게는 아무래도 예산과 차질 없는 진행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예산도 이해가 안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총괄하면서 체크했던 3000평 짜리 공사가 평당 900만원쯤 한다. 그런데 이게 실제 공사비에 들어가는 순수비용은 70~80% 밖에 안 된다는 거다. 나머지는 전부 회의나 자문으로 다 빠져나간다. 그런 것도 좀 체계를 정리해야 한다.
그 다음에, 내가 행복청에서 주장해서 될 뻔 하다가 못 된 게 심사위원회가 안을 뽑는 걸로 끝나지 않고, 안을 뽑으면 건설위원회로 바뀌어서, 건설위원회가 프로젝트 끝날 때까지 따라가는 그런 조건을 만드는 거였다. 안을 뽑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안이 제대로 완성되는 역할까지를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안을 뽑고 나면 발주처들이 다 바꿔버린다. 그러면 설계경기 백날 잘 해봐야 소용 없다.
이번에 설계공모 지침 법령 내용 바꾸는 김에 그 항목도 넣어보면 어떨까? 심사위원회 항목 다음에 건설위원회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해서.
그렇게 하면 좋겠다. 이번에 행안부에서 일곱 명 위원회 만들어서 다섯 명은 외부에서 초청한다고 그러는데 그거 틀렸다고 하는 게 뭐냐면, 이번 경우는 서울시청 케이스로 가야 한다. 당선된 건축사무소는 인정하고, 다시 아이디어 콤페티션을 하고 앞서 당선된 건축사무소가 실행을 하는 쪽으로 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일 것 같다. 도대체 디자인을 회의로 결정을 한다는 게, 회의해서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게,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인가?
앞으로 남은, 건축계 문제 중 선생님께 제일 중요한 과제는 뭔가?
건축가들이 전문성을 인정 받는 것이다. 이번 같은 경우도 건축에 대한 결정을 비전문가들이 다 했지 않나. 건축은 건축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좀 더 보편화 되어야 한다.
(끝)
- 출처 : 《와이드AR》 65호(2019.1.~2.), pp.34-37